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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칼럼] 언어치료, 이거 하면 효과 있습니까? - 대구대 언어치료학과 하지완 교수
2021.11.16

 

신경 의사소통 장애의 집중 치료와 

비대면 언어치료의 유용성

하지완 대구대학교 언어치료학과 교수

 

  “언어치료, 이거 하면 효과 있습니까?” 

  2000년대 초 언어재활사로 일할 당시 뇌졸중 환자의 보호자가 첫 시간에 내게 던진 질문이었다. 나름 답변을 한다고 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명쾌한 답변은 아니었기에 다음 시간에 보다 객관적 근거에 기반해 설명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료를 준비했었다. 그러나 그 환자와 보호자는 다시 언어치료실을 방문하지 않았다. 얼마 전 현직 언어재활사로부터 지금도 여전히 유사한 질문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20년 전 과제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한편으론 그 때는 다소 미진했을 답안지를 지금은 훨씬 더 잘 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다행이라 여겼다.

 

  전통적으로 뇌졸중 환자의 언어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임상 및 학문 분야 모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치료의 긍정적 효과를 보고한 연구가 다수 있긴 하지만,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 또한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충된 의견은 2000년대 초 실어증 치료에 ‘치료 빈도’라는 변수를 고려하게 됨에 따라 전자의 입장으로 통일되기 시작하였다. 언어치료 관련 논문들에 메타분석을 실시한 Bhogal 등의 연구를 필두로 ‘집중적(intensive)’ 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Bhogal, Teasell, Foley et al., 2003; Bhogal, Teasell, & Speechley, 2003; Berthier, 2005). Bhogal 등은 치료 시간의 총량이 동일할 때 짧은 기간 더 빈번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오랜 기간 덜 빈번하게 치료를 받는 것보다 효과적임을 보고하며, 주 8.8시간이라는 최소 치료 시간이 필수적임을 제안하였다. 즉, 치료의 효과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주 8.8시간을 채울 수 있는 더욱 빈번한 치료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는 환자의 언어능력이 향상되지 않았다면 한 주 동안의 치료 시간이 8.8시간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의미와도 연결되어, 주 2회, 한 회기 당 30~40분이라는 턱없이 부족한 통상적인 언어치료 스케줄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집중적 언어치료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었고, 고빈도(high-frequency) 치료(예를 들어 하루 3시간씩 주 5회 치료)를 주요 원칙으로 하는 Intensive Language-Action Therapy(ILAT), Constrained-Induced Language Therapy(CILT) 등의 치료법이 소개되었다(Berthier & Pulvermüller, 2011).

 

  마비말장애와 말실행증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말운동장애야 말로 치료 빈도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의사소통장애 영역 중 하나이다. 말운동장애의 치료 원리에 근간을 이루는 운동학습원리(Principles of Motor Learning)에 의하면, 손상된 운동체계를 재구조화하기 위해서는 이전 운동습관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기술을 습득한 이후 이에 대한 반복 훈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Mass, Robin, Austermann Hula et al., 2008). 이 때 반복 훈련은 반복적이고 집중적인 고빈도 연습과 함께, 실시한 운동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틀렸다면 어떻게 틀렸는지 등을 피드백을 통해 숙지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말운동장애의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모니터링 하에 반복 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충분한 양과 충분한 빈도의 치료 시간이 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이처럼 실어증과 말운동장애에 집중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이 장애들이 신경 손상에 의해 발생한 결함들이기 때문이다.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으로 인해 손상된 뇌신경과 뇌세포는 재생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활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잃어버린 기능을 회복해가는 것은 손상되지 않은 뇌의 영역에서 손상된 뇌의 기능을 대신하는 뇌가소성(neuroplasticity) 덕분이다. 뇌가소성의 원리에 의하면 빈번하게 동시에 활성화된 신경회로는 연결이 강화되는 반면, 덜 빈번하게 활성화된 신경회로는 연결이 약화된다(Berthier & Pulvermüller, 2011; Mass, Robin, Austermann Hula et al., 2008). 따라서 뇌가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신경 의사소통장애의 치료에 정확성을 담보한 빈번하고 반복적인 집중 훈련이 전제되어야 함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빈도 높은 집중 치료를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 환자의 입장에서는 치료비의 부담, 치료사의 입장에서는 치료 공간의 제약 등 고려해야 할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떠오른다. 이에 대해 필자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비대면 언어치료를 통해 이 문제들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신경 의사소통장애 환자의 언어치료에 비대면 치료가 대면 치료와 동등한 효과를 가진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들에서 보고된 바 있다(Quinn, Park, Theodoros, & Hill, 2019; Weidner & Lowman, 2020). 더 나아가 Saiyed 등(2020)은 언어치료비뿐 아니라 디바이스 기기 사용료, 교통비 등 비대면 치료와 대면 치료에 동반되는 모든 비용을 고려했을 때 비대면 치료 비용이 유의하게 낮음을 보고하며, 치료 빈도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비대면 치료로 일정 부분 경감할 수 있음을 제안하였다. 더불어 온라인 치료라는 특성 상 앞에서 언급한 치료 공간의 제약이라는 문제 또한 저절로 해결될 것임은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비대면 치료만 실시할 것인지, 아니면 대면 치료와 병행할 것인지, 아니면 대면치료의 보완 수단, 이를 테면 과제용으로만 비대면 치료를 활용할 것인지는 환자의 특성과 상황에 맞춰 융통성 있게 진행하면 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비대면 상황에서의 훈련 또한 반드시 전문 언어재활사의 모니터링 하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지, 언어, 말운동치료에 있어 오류배제훈련(errorless learning)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 만큼(Fillingham, Hodgson, Sage, & Lambon Ralph, 2003; Middleton & Schwartz, 2012), 비대면 상황에서도 즉각적 피드백을 제공하고 제공받을 수 있도록 치료사와 환자 간 긴밀하고 신속한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고빈도 훈련은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지만, 과도한 훈련은 의도치 않게 치료의 방향을 잘못 유도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경직형 마비말장애 환자의 증가된 근긴장도를 낮추기 위해 스트레칭 훈련을 실시할 때 근육의 신전 범위가 과도하거나 한 자세에 지나치게 오래 머무를 경우 역으로 이완이 아닌 강화(strengthening)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또한 비대면 훈련이 치료사의 모니터링 하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20년 전 그 보호자가 “언어치료, 이거 하면 효과 있습니까?”라고 지금 다시 내게 물어본다면 이제는 확실하게 대답해줄 수 있다. “네, 반드시 효과가 있습니다. 단, 충분히 자주 치료를 받고, 충분히 반복적으로 연습을 한다면 말이지요. 이러한 집중적 치료를 진행하는 데에 비대면 치료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언어치료 효과에 대한 확신은 환자로 하여금 치료의 동기를 갖게 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치료에 대한 동기는 치료의 중요한 시작점이며, 환자에게 치료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 또한 언어재활사 몫이다. 그러기 위해선 언어재활사인 우리부터 신경 의사소통장애의 치료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할 것이며, 집중 치료와 이를 위한 비대면 치료가 우리의 확신을 보다 견고히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년 전 나처럼 치료 효과에 대해 확신 없는 태도를 보여 환자와 보호자의 동기를 저하시키는 치료사는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Berthier, M. L. (2005). Poststroke aphasia: Epidemiology, pathophysiology and treatment. Drugs and Aging, 22(2), 163-182.

Berthier, M. L., & Pulvermüller, F. (2011). Neuroscience insights improve neurorehabilitation of poststroke aphasia. Nature Review Neurology, 7, 86-97.

Bhogal, S. K., Teasell, R. W., Foley, N. C., et al. (2003). Rehabilitation of aphasia: More is better. Topics in Stroke Rehabilitation, 10(2), 66-76.

Bhogal, S. K., Teasell, Speechley, M. (2003). Intensity of aphasia therapy, impact on recovery. Stroke, 34, 987-993.

Fillingham, J. K., Hodgson, C., Sage, K, & Lambon Ralph, A. (2003). The application of errorless learning to aphasic disorders: A review of theory and practice. Neuropsychological Rehabilitation, 13, 337-363. 

Mass, E, Robin, D. A., Austermann, H., Wulf, G., Ballard, K. J., & Schmidt, R. A. (2008). Principles of motor learning in treatment of motor speech disorders. American Journal of Speech-Language Pathology, 17, 2770298.

Middleton, E., & Schwartz, M. F. (2012). Errorless learning in cognitive rehabilitation: A Critical review. Neuropsychological Rehabilitation, 22, 138-168.

Quinn, R., Park, S., Theodoros D., & Hill, A. J. (2019). Delivering group speech maintenance therapy via telerehabilitation to people with Parkinson’s disease: A pilot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Speech-Language Pathology, 21, 385-394.  

Saiyed, M., Hill, A. J., Russell, T. G., et al. (2020). Cost analysis of home telerehabilitation for speech treatment in people with Parkinson’s disease. Journal of Telemedicine and Telecare, 1-6.   

Weidner, K., & Lowman, J. (2020). Telepractice for adults’ speech-language pathology services: A systematic review. Perspectives of the ASHA Special Interest Groups, 5, 326-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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